경남 산청의 미답지1. 효렴봉.
3월1일 공휴일 접때 의성 베틀바위 통영 풍화리 할매 할배바위 벙개팀과 함께
경남 산청군 차황면 오지의 효렴봉 감악산 병바위릿지 생초면 태봉산 등 3곳을
젊은 산행지인 박시선생의 승용차로 벙개불 콩구워먹기 식으로 후딱 다녀오게
되었다.
효렴봉 찾아가는 길에 이같은 문화재가 나와서 차를 세우고 잠깐 구경하고 나왔다.
▲ 산청 효렴봉 들머리 철수리 마을회관앞 산행 안내도.
- 국제신문 근교산 그너머 686호 -
★섣부른 중계방송이 귀찮아서 국제신문 산행기를 빌려와서 올립니다.
산과 계곡이 청정(淸淨)하기로 유명한 경남 산청은
'민족의 영산'이자 '어머니산'인 지리산 천왕봉을 비롯해 웅석봉 왕산 필봉산 둔철산 정수산
구곡산 부암산 등 수많은 명산을 품고 있는 고장이다. 합천 황매산 역시 산청 사람들에게는
'산청의 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산청의 서쪽 끝인 지리산 천왕봉과 동쪽 끝인 황매산 사이에 많은 산들이 이어지고 있는데
그 가운데 크게 알려지지 않은 산이 바로 이번 주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찾아간 효렴봉
(孝廉峰·651m)이다.
산청군 차황면 우사리와 철수리 상법리에 걸쳐 있는 효렴봉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아래에서
보면 크고 작은 절벽과 암릉으로 이루어져 있는 바위산이다.
산 아래 마을인 우사리와 철수리 등에 효자 효부가 많았으며 검소한 삶을 살았다고 해서 붙여진
효렴봉이라는 이름이 우선 정겹다.
멀리서 보면 골산(骨山)이 분명한데 실제로 산행을 해 보면 암릉 구간은 거의 없고 오히려 육산
(肉山)의 전형적인 등산로로 이어지니 걷기에도 편하다.
산꾼들이 그렇게 많이 찾지 않는 산인 까닭에 일부 구간의 길이 묵어서 희미하지만 그렇다고 길
찾기에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는다.
효렴봉 정상부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압권이다.
지리산 천왕봉과 동쪽의 능선, 황매산 정상과 남쪽 능선 대부분이 잘 드러난다.
특히 황매산에서 베틀봉 감암산 부암산까지 이어지는 기암과 철쭉평전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이 같은 특징에도 불구하고 산꾼들의 발길이 많이 닫지 않은 이유는 이 산만 단독
산행지로 삼기에는 코스가 너무 짧다는 아쉬움 때문일 듯하다.
어느 길로 가나 4시간 내에 산행을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에 부산 등 대도시권에서 애써
이 산만을 목표 삼아 가기에는 '2%' 모자란 느낌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약간의 부족함은 효렴봉이 품고 있는 여러 매력들을 잘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취재팀은 그래서 효렴봉이 품고 있는 '숨은 매력'을 발굴해 소개하고자 기꺼이 이 산을 찾았다.
효렴봉의 숨겨진 매력은 3개의 동굴과 2개의 거북바위, 그리고 1개의 석문이다.
이 가운데 동굴 3개 찾기에 가장 주력했지만 범굴과 베틀굴만 찾았을 뿐
나머지 1개인 박쥐굴은 끝내 찾지 못해 아쉬움이 없지 않다.
절벽 중간에 뚫려 있다는 박쥐굴 찾기는 '숙제'로 남겨 놓는다.
7.3㎞에 순수하게 걷는 시간 3시간20분, 휴식 등을 포함하면 4시간가량 걸린다.
우사마을 버스정류장에서 마을 안쪽을 보면 바위 투성이인 효렴봉이 우뚝하다.
포장된 길을 따라 마을 안으로 들어선다.
5분쯤 가면 조선 중기의 대학자인 효렴재(孝廉齋) 이경주(李擎柱·1500~1597)
선생의 유허비가 있다.
발 아래로 들머리인 우사마을과 단계천이 성큼 다가서고 고개를 조금만 들면
서쪽으로 왕산 필봉산이 보인다. 전망대에서 13분쯤 오르면 주능선 임도에 닿는다.
왼쪽으로 내려서면 드뭇재를 지나 국사봉, 황매산까지 이어갈 수 있다.
우측으로 길을 잡고 5분쯤 가면 오른쪽에 조망이 탁 트인 전망바위를 만난다.
눈앞으로 멀리 지리산 천왕봉과 중봉이 쌍둥이처럼 쫑긋 솟았고 그 앞으로는
웅석봉 능선이 보인다.
이 전망바위 바로 아래에 범굴이 있다.
전망바위에서 오른쪽으로 돌아서 3분쯤 내려가 절벽 아래에 도착하면
그렇게 크지 않은 굴이 있는데 바로 범굴이다.
'누운굴' 또는 '누븐굴'로도 불리는데 실제로 1950~60년대까지 호랑이가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범굴에서 다시 전망바위로 올라와 2분만 더 가면 효렴재공의 후손이 1750m에
달하는 등산로를 닦았다는 내용의 공적비가 있고 곧바로 임도는 끝난다.
경사가 살짝 급해지는 오르막을 2분쯤 타면 오른쪽에 전망대가 있고
다시 50m가량 올라가면 지형도상에 635.8m 삼각점이 표시된 작은 봉우리에 닿는다.
하지만 삼각점은 찾을 길이 없다. 등산로에서 살짝 왼쪽으로 벗어나 20m쯤 가 보면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이 멋진 황매산 베틀봉 감암산의 암릉이 드러나는
전망대가 있다. 황매산 정상 아래 철쭉평전과 황매산 영화주제공원도 가깝게
다가온다.
다시 능선길로 돌아와 3분쯤 가면 648봉.
흔히 정상을 이 봉우리로 착각해 해발 표시도 648m로 하고 있지만
실제 정상은 다음 봉우리다.
648봉을 왼쪽으로 살짝 우회하면 철수마을(왼쪽)과 정상이 갈라지는
이정표를 지나 직진한다. 작은 안부를 지나면 또 한번 이정표를 만나는데
오른쪽으로 우사마을 하산로임을 표시하고 있다.
직진한다. 50m만 더 오르면 짧은 로프가 설치된 정상이다.
정상석 대신 '효렴재공 장구지소'를 알리는 비석이 있다. '
장구지소'란 지팡이 집고 짚신을 끌며 올랐던 장소를 뜻한다.
효렴재 이경주 선생과 동계 권도 등 두 명의 선비가 임진왜란 때 이 산에서
피란생활을 했으며 전쟁 후에도 이 산에서 소요하며 지냈다고 하는 것을
반증하는 비석이다. 그런데 의외로 널따란 공간이 있는 효렴봉 정상의
비석 놓인 바위가 커다란 거북이 모양을 하고 있다.
몸통 바위의 길이가 10m쯤 되는, 말 그대로 '큰 거북바위'다.
남쪽을 바라보고 있다. 정상에서 남쪽 절벽 아래를 보면 100m쯤 떨어진
벼랑 위에 또 하나의 비석이 보인다. 안동 권씨인 동계 권도 선생의 유허비다.
그 비석으로 가기 위해서는 정상에 오를때 거쳤던 로프 5m 아래 작은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 정상을 우회하는 길이다.
울퉁불퉁한 바위 사이로 희미한 길을 따라 내려서면 눈앞의 작은 암봉이 있는데
그 암봉 위에 권도 선생의 비석이 있다.
일단 왼쪽의 석문을 통과해야 한다. 성인 한 명이 겨우 통과할 수 있는 석문을
지나는데 마치 하늘로 오르는 문인 듯한 착각이 든다.
곧바로 권 선생 비석 앞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비석 앞에 길이 3m 남짓한
'작은 거북바위'가 있다. 효렴봉 정상 쪽을 향하고 있는데 마치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하다.
효렴봉 정상의 큰 거북바위와 마주보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다시 정상 아래 로프까지는 5분 만에 돌아올 수 있다.
우사마을 표시가 돼 있는 이정표까지 가서 왼쪽 하산길로 들어선다.
10분 후 길이 10m짜리 로프 구간을 통과하면 또 한 차례 이정표를 만나는데
이곳에서 능선을 계속 따라가야 하산하는 길이지만 베틀굴을 보기 위해 왼쪽 바위
절벽쪽으로 내리막을 탄다. 왼쪽 절벽을 끼고 5분쯤 '길 아닌 길'을 따라 내려가면
절벽 아래에 베틀굴이 있다. 베틀 모양의 바위가 입구에 있어서 붙여진 이름인
베틀굴은 바위 때문에 입구의 폭이 50~60㎝ 밖에 안 되는데 일단 들어서면
넓어지고 길이도 6~7m쯤 된다. 임진왜란 때 효렴재공과 동계 선생 등이 피란했고
한국전쟁 때도 주민들이 피란생활을 했던 곳이라고 한다.
다시 이정표로 올라와 왼쪽으로 능선을 타면 본격적인 하산길이다.
희미한 듯한 길이 계속 이어진다. 근교산 안내 리본도 참고하자.
능선을 놓치지 말고 30분쯤 내려서면 개활지가 나타난다.
◆ 떠나기 전에
- 범굴에는 50여 년 전까지 진짜 호랑이 살아 -
산청 효렴봉 원점회귀 코스의 기점인 우사마을 입구에는 효렴재 이경주 선생의
유허비가 있고 정상에도 비석이 있다.
경주 이씨(월성 이씨)인 효렴재공은 1500년에 태어나 1597년까지 생존하며
당시로서는 장수한 조선 중기의 대학자다.
8세 때 소학과 효경, 9세에 대학, 12세에 논어와 주자, 17세에 중용을 독파했으며
30세에는 주역을 통달한 학자였으며 1534년에는 효렴산에 머물렀다.
동시대 인물로서 산청 덕산에 머물던 남명 조식 선생과 교유했고
덕계 오건 등과 함께 강론하며 후학 양성에 애썼다.
만년에 왜적이 침입하자 효렴산에서 피난하며 정상에서 한양을 바라보며 대성 통곡하고
절을 했다고 한다.
일찍이 시를 지어 "아들의 직분의 효(孝)를 다함이오, 선비의 기풍은 청렴을 지킴이니
청렴하면 누가 나를 모욕할 것이며 효도하므로 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다"는
가르침을 남겼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우사마을 뒷산인 효렴봉의 명칭도 효와 청렴을
강조했던 효렴재 선생의 호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범굴에 불과 50~60년 전까지 호랑이가 실제로 살았다는 증언도 있어 주목된다.
산행 초반 만난 우사마을 주민 배종복(70) 씨는 "열 살 전후였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그 시절 마을 어른들이 범굴에서 호랑이 새끼를 잡아 마을에 데리고 왔는데
그 후로 매일 밤 어미 호랑이가 마을까지 내려와 위협하는 바람에 주민들이 겁을 먹고
새끼를 다시 굴에 놓아주니 이후로는 어미 호랑이도 마을로 내려오지는 않았다"
고 말했다. 지금 그 호랑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철수마을 철수골에 가면 용연(龍淵) 또는 용소(龍沼)라고 불리는 큰 소가 있는데
여름철 피서객들이 간간이 찾는 명소다. 효렴재공도 이곳에서 시문을 짓고
후학들에게 강연을 했다고 전해진다.
=== 끝 ===
2022.3.2.
千聖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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