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하순 성인봉의 상고대

 

마지막날 이른새벽 5시30분 쯤 숙소에서 창문을 열어보니 앗! 큰일났다. 전날

오고 비오고 바람불고 날씨가 궂어서 성인봉 산행을 포기하고 해안일주 관광을

했으니 오늘은 아침에 찬란한 햇빛으로 성인봉 오름길에 일출을 볼 수

있을것이라 희망에 부풀었었는데 그런데 하늘이 먹장이고 눈발 히끗거리고

바람 또한 세차게 불고있다. 어라!! 성인봉은 고사하고 오늘도 배가 묶여서 육지로

못나가게 생겼다. 우야꼬? 다음에 또 성인봉 답사를 위하여 울릉도에 다시와야

되는갑다 하고 쫄아져 있다가 아침 식사전에 촛대암 해안 산책길이나 구경하고

그림을 담아와야지 하며 배낭을 짊어지고 일행 몇명과 함께 여명의 촛대암

산책로를 나갔다. 막상 밖을 나서고 보니 하늘에 먹장 구름이 벗겨지고 바람도

잠잠하여 성인봉 등정에는 지장이 없을것 같고 상고대 눈발이 하얗게 쌓인 성인봉

능선이 짜잔~!하며 드러나는게 아닌가? 그러구려 도동항으로 걸어나가 대원사

입구를 들머리로 설산의 성인봉을 오르게 되었다.

 

도동항에서 위의 안내도 대원사 입구 들머리 까지 거리와 위치를 확실히 몰라

택시를 타고 가자고 하였더니 눈깜짝할 사이로 태워주고 3000원을 받아갔다.

애초의 계획은 성인봉을 올라 나리분지로 하산하여 마을뻐스 군뻐스 등을 갈아타고

도동항으로 점심 시간을 맞추어서 돌아오는 것이었지만 현지 등산로의 사정이

폭설로 악조건인지라 곡절끝에 성인봉 정상을 밟았고 정상에서 전날에 올라갔던

나리분지를 저만큼 내려다 보고 내가 정상을 오르기 위해 밟았던 발자욱을

그대로 되짚어 밟으며 원점회귀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성인봉까지 4,1k 성인봉에서 나리분지까지 8.6k 소요시간 6시간이라고

되어 있으나 늦어도 4시간이면 완주할 수 있을것이라 예상 하였다.

그런데 누군가가 어제의 악천후 속에 성인봉을 오르기 위하여 위의 안내도 팔각정 까지

올라 갔다가 자신이 없었던지 되돌아 나와 버린 것이다. 선답자의 발자욱과 산악회 리본

방향표지 이정표등을 의지하고 짐작하며 산행하는 스타일인 나로서는 갑자기 딱-

먹통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겨우내내 쌓인 눈이 성인봉 오름길 능선의 모든 이정표와

안내판 안전계단 등은 꼭데기 까지 묻혀 흔적이 없었고 산악회 시그널도 너무 이격

거리가 멀어서 붙어 있는듯 만듯 도대체가 등산로를 가늠 수가 없는 것이었다.

평소에 소흘 하였던 독도법이며 나침판이 절실히 생각났다.

7부능선 팔각정 까지 올라왔으니 어떡하든 정상을 밟기만 하면 하산할땐 내 발자욱을

따라 되돌아 나오면 된다 하고 온 시선과 촉각 감각을 내세워서 길인지 뭐인지 지그

재그로 사투를 벌이며 상고대가 뽀얗게 서려서 예쁜 성인봉 능선을 오르고 또 올랐다.

아이젠 스패츠 스틱 등 동절기 장구 하나 없이 앞뒤로 뒤로 옆으로 쓰러져 가면서...

등산로 입구 가까이에 대원사가 있다.

 

팔각정 오름길에 내려다본 도동의 망향봉 독도 전망대 내 친구들 일행들이

오르고 있을지도 모르는 케이블카 ...

 

 

 

구름다리 여기까지는 어느 선배 산꾼의 발자욱을 잘 따라 올라갔다.

 

 

오른쪽 방향 말잔등 봉우리 공군 레이다 기지

 

 

 

 

 

보라! 앞에 아무런 흔적도 없는 설백의 비탈만 있지 않은가? 여기까지 왔다가 돌아갈것인가

말것인가 갈등 많이 하면서 지그재그로 사투를 벌이며 정상을 향해 더듬어 올라갔다.

 

 

 

 

 

 

힘들지만 성인봉 오름길의 상고대는 아름답기 그지없고 멋지다.

 

 

 

 

 

정상 직전의 미륵봉을 비롯한 송곳산 등 사방 조망도

 

 

 

 

 

오! 성인봉이여!!

 

 

같이 동행하고 고생한 배낭에 감사하며...

 

 

이 한장을 위하여 60성상 기나긴 세월을 기다렸다는 ..

 

 

 

 

 

 

저 미륵봉 송곳봉 능선아래 어제 올랐던 나리분지가 펄쳐져 있다.

 

 

 

 

 

다시 못올 성인봉의 설원을 둘러보며

 

 

 

 

 

 

 

 

성인봉 정상석을 뒤로하고 내가 남긴 성인봉 오름길 발자국을 되돌아 밟으며 하산한다.

 

 

 

 

 

 

 

 

 

 

 

 

 

 

100m쯤 하산하고 있자니 어떤 낯선 산객이 팥죽같은 땀을 설백에다 뿌리며

열심히 발자국을 하나하나 짚으며 올라오고 있지 않은가. 이런 망할놈의

경우라니! 그래서 일갈 하였다. - 에이 여보소! 진작 좀 내 앞장에서 올라가질

않고 이 뭐하는 장난이요? 이 놈 발자욱을 따라 올라오니 참 편리하지요?

아무튼 욕봤소. 저기 성인봉 얼마남지 않았소 잘 다녀 오시오. 남무관세음

보살! 남무아미타불 !!! ....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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